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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접고 스마트폰 오래 보다간...손 저림 부르는 '이 질환' 주의 [통(痛)쾌한 해답]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저리는 느낌이 들거나 팔꿈치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평소의 생활 방식이나 자세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팔을 오랫동안 구부린 채 휴대폰을 보거나, 팔꿈치에 압력이 가해지는 자세를 장시간 유지할 경우 '팔꿈치터널증후군(cubital tunnel syndrome)'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팔꿈치터널증후군은 무심코 반복하는 일상 동작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팔꿈치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줄이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해 자연스럽게 호전되기도 하지만, 방치하면 손가락 근력 저하나 손등 근육의 위축으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팔꿈치터널증후군이 발생하는 원인부터 주요 증상, 치료법까지 대해 신경외과 전문의 임재관 원장(본신경외과의원)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세히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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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손 저림이 낫지를 않아요"… 손목터널증후군 '이렇게' 치료해야 [통(痛)쾌한 해답]
팔꿈치 장시간 구부리다간..."척골 신경 손상 부른다"
팔꿈치터널증후군은 손의 감각과 움직임에 큰 역할을 하는 '척골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말초신경질환이다. 척골신경은 팔꿈치 뒤쪽의 좁은 통로인 '팔꿈치터널'을 지나는데, 이 부위는 구조적으로 공간이 협소하고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 여러 원인으로 인해 이 통로가 장시간 좁아지거나 눌리면 혈류 공급이 줄어들고 신경 기능이 저하되어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경이 압박되는 주요 원인은 팔꿈치를 구부린 채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생활 습관이다. 팔을 90도로 접은 채 엎드려 자는 습관, 팔을 굽힌 채로 오랜 시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한 팔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운동선수나 집안일이 많은 주부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임재관 원장은 "팔꿈치를 구부릴 때 척골신경이 당겨지고 압박이 누적되면 신경 손상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 "외상이나 신경 종양 등도 드물게 척골신경을 자극하거나 압박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약지·새끼손가락 저리고 팔꿈치 통증까지...방치하면 근위축도
팔꿈치터널증후군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손가락의 감각 이상이다. 척골신경이 압박되면, 팔꿈치 안쪽(내측 전완부)부터 약지 안쪽 절반과 새끼손가락 전체에 걸쳐 저림이나 통증이 나타난다.
임재관 원장은 "초기에는 증상이 간헐적이고 경미하지만 압박이 심해지면 동작과 관계없이 통증과 저림이 지속되며, 밤에 수면을 방해할 정도로 불편함이 심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상이 만성화되면 손가락을 벌리거나 모으는 동작이 어려워지고, 손등 근육 사이가 움푹 꺼지는 근위축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팔 안쪽의 튀어나온 뼈와 팔꿈치 뼈 사이를 살짝 눌렀을 때, 전기가 흐르는 듯한 찌릿한 감각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척골신경이 팔꿈치 안쪽의 뼈와 팔꿈치 뒤쪽의 오목한 부위(팔꿈치구) 사이를 지나면서 피부 바로 아래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팔꿈치터널증후군은 손 저림을 유발하는 다른 신경 질환과 혼동되기 쉽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손가락 부위를 확인하면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임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은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엄지, 검지, 중지와 약지의 절반에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팔꿈치터널증후군은 약지의 절반과 새끼손가락 전체에 저림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생활 습관 개선이 우선..."필요 시 신경차단술·수술 고려"
팔꿈치터널증후군 치료의 가장 기본은 반복적인 팔꿈치 굽힘 동작을 줄이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볼 때 팔을 괴는 습관처럼 증상을 유발하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교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 초기에는 약물치료, 온열·전기자극 등 물리치료, 팔꿈치 보호대나 반깁스 착용 등을 통해 팔꿈치 굽힘을 제한하고 통증 완화를 시도한다.
임재관 원장은 "보다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로는 신경차단술(주사치료)이 있다"라면서 "초음파 유도 하에 척골신경 주위에 신경차단술을 시행해 신경의 부종과 압박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근력 저하 및 손등 근육의 위축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 등을 통해 정확히 진단한 뒤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의 목적은 압박된 척골신경을 해방시켜 저림과 통증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있다. 대표적인 수술 방법으로는 △신경 주변의 압박 조직을 절개해 공간을 넓히는 단순 감압술 △척골신경을 피부 밑이나 근육 위로 옮겨 신경이 당기거나 눌리지 않도록 위치를 재조정하는 전방 전위술 △팔꿈치 내측의 뼈 일부를 제거해 신경 압박을 줄이는 내측 상과 절제술 등이 있다.
임 원장은 "신경 손상이 오래되거나 근위축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저림 증상이 주된 초기 단계에서는 수술 후 통증과 감각 이상이 근본적으로 호전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원인 명확한 신경통..."적극적인 치료 자세가 예후 좌우"
팔꿈치터널증후군과 같은 신경통이 만성으로 이어지면, 단순한 통증을 넘어 손 기능이 저하되면서 심리적인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신경이 관여된 통증은 다른 통증 질환에 비해 원인이 비교적 명확한 편으로,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 신경의 해부학적 경로가 뚜렷해 감각 이상으로 위치를 유추할 수 있고,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 등으로 객관적인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재관 원장은 "단순한 저림이나 통증이라도 계속 반복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예후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